삼일교회 교육관 신축
2022.07-
소보건축사사무소와 협업
도예작업실 및 전시실
2022.01-2022.12 / WITHDRAWN
단독주택설계
2022.01-2023.01 / WITHDRAWN
다가구주택 신축공사
남원시 월락동
2018.03 – 2021.04
느슨한 연결
전라북도 남원시 외곽에 놓인 대지는 북쪽으로 도로와 아파트 단지를 면하고 남쪽으로 지리산을 향해 열려있다. 건축주는 직원에게 복지 주택을 제공하기 위해 저층 상업시설과 공동 주거, 건축주 집으로 이루어진 건물을 구상했다. 1층에 들어오는 상업시설이 북쪽 도로로부터 적정 거리에 놓이고 여러 주호가 동등한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건물은 대지 경계선 가까이에서 남쪽을 주향으로 삼는다. 규모에 비해 높이가 낮고 길이가 긴 건물은 몇 번의 분절을 통해 전체와 부분이 입체적이고 느슨한 관계를 맺는 점에서 도심지의 소규모 복합용도 건물의 구성과 구별되고, 일터와 집에서 맺는 이웃간 관계에 적절한 거리를 확보한다.
다섯 지붕, 아홉 집
소규모 다가구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적절한 유대를 형성하는 동시에 개별 가구가 독립적인 영역을 향유하려면 세대간 적정 거리가 필요하다. 건축주의 집, 직원 주택, 상업시설로 이루어진 월락동 여러집은 다양한 필요와 성향을 지닌 각 사용자간의 바람직한 관계 정립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 도심에 지어지는 많은 중규모 근린생활시설이 도로와 가까운 층에 상가를 들이고, 중간 층에 임대용 주거를 배치한 후 최상층을 건물주의 집으로 삼는 주된 이유는 이러한 구성이 각 프로그램의 필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임대 수익 창출에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지만, 이는 사생활 침해 확률이 적고 경관은 더 좋은 최상층을 선점하는 건물주와 그 아래 입주하는 세입자간의 수직적 관계의 직접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월락동 여러집은 저층 상가와 상층 직원주거로 이루어진 동이 남동쪽 대지경계선을 따라 길게 늘어서고, 그 행렬 끝에 건축주의 집이 가장 낮게 가라앉아 전체의 수평적 관계를 완성한다. 각 동에 배치된 상업공간과 주호는 층에 상관없이 북쪽과 남쪽을 향해 같은 환경을 공유하고, 분절된 동과 동 사이는 건물의 북쪽과 남쪽 마당을 잇는 통로, 층별 주호로 인도하는 외부 계단실, 그리고 각 집으로 들어가는 문 앞 빈 공간으로 채워진다.
벽돌로 만든 아치
여러 용도와 평면으로 이루어진 건물은 다양한 구법과 단일 재료로 지어졌다. 작은 육면체인 최초의 단위가 점으로, 점이 선으로, 선이 면을 이루어가는 조적건물은 쌓기 방식의 변화로 시각적 효과와 질감을 다양화 할 수 있다. 줄눈의 색과 마감 방식 차이에 따라 여러집 벽은 지면에 가까운 곳에서 가장 거칠고 상부로 갈 수록 매끄러워지고, 분절된 벽면에는 세 종류의 색의 줄눈이 번갈아 적용되어 건물 전체를 이루는 각각의 동이 미묘한 채도 차이를 보인다. 건물과 지면이 만나는 방식으로서 아치는 매우 중요한데, 전통적으로 조적 건물의 하중을 지면에 전달하는 요소가 이 곳에서는 콘크리트 구조체 위 치장벽돌로 구현되었다. 건물 입면 곳곳에서 형태와 역할을 달리하며 등장하는 아치는 그 형태와 기능 사이 관계가 의도적으로 뒤틀리고 왜곡 되어 건물 전체의 인상을 완성한다.
집의 주변, 집의 중심
여러집의 주호 평면은 물 쓰는 공간의 위치에 따라 주변부형과 중심부형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 유형은 주생활 공간을 중심에 두고 가사노동 공간과 그 사이사이 다양한 양태의 머물 자리가 경계부에 놓인다. 경계 곳곳에는 적절한 개구부가 확보되어 깊고 순한 빛을 들여온다. 두꺼운 경계로 두른 집의 안과 밖 사이에는 심리적 거리가 확보되어 거주자로 하여금 집 안을 자유롭게 향유하도록 한다. 주변에 파생하는 여유공간에 향유할 주체의 구체적인 요구사항과 실질적인 필요를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주변부형은 특정 사용자나 구체적인 삶을 두고 계획하는 것이 적합하다. 두 번째 중심부형 평면은 주방과 화장실 등 물 쓰는 공간이 한 데 모여 평면 한 가운데에 섬처럼 놓이고 그 곁에 회유공간이 파생한다. 직원용 주거에 적용된 이 유형은 서비스 공간 주변의 성격을 적절히 구분함으로써 비교적 작은 면적의 임대세대 내부공간을 최대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서비스 공간을 주변을 동그랗게 회유하는 동선은 시선을 집 안에서 밖으로 확장하며, 바닥에서 천장면까지 열린 개구부를 통해 바깥 풍경을 실내 곳곳으로 들인다.
청소년 휴카페 + 상담센터
2020. 7 – 2021. 5
위치: 경기도 여주시 하동
여주시 하동 남한강변에 위치한 본 건물은 1995년에 준공하여 여주시 산림조합과 로타리 클럽 사무실 등으로 쓰여왔다. 2층과 3층을 재생하여 지역 청소년들의 쉴 곳을 제공하는 작업의 중요한 목표는 공간에 “청소년 다움”을 입히거나 소위 “청소년에게 어울리는”것으로 분류되는 성질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었다. 숨어서 쉬는 작은 공간, 매달리거나 오르내리는 장치, 현현한 색과 기하로 빚어낸 요소 없이 담담하고 의연한 장면과 성숙한 공간 정서를 경험하도록 돕는 것을 설계의 기본 방향으로 삼았다. 청소년은 지역주민을 구성하는 폭 넓은 집단의 특정 연령층이고 휴카페는 다양한 주민 쉼터의 유형 중 하나이므로, 사용자 그룹에 구애받지 않는 풍부한 건축적 경험을 제공하는 휴카페에서 청소년은 공공공간을 훈련하고 공동체를 연습하며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2층 사무실 내부
2층 테라스와 화단
건물은 북동쪽으로 수려하게 열린 경관을 면하고 있음에도 내부가 벽과 복도로 구획되어 주변 환경과 유의미한 관계를 맺지 않은 상태였다. 2층에 넓게 면한 테라스와 식재할 수 있는 경계부 화단은 층 전체가 외부로 확장하여 실내외 공간이 연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100평에 가까운 내부 공간을 최소한의 영역으로 구분하고 그 경계를 느슨하고 밝은 상태로 열어둔다면 사용자의 필요와 바람에 따라 확장하는 동선과 시선을 경험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단위로 나뉘지 않고 전체가 바깥으로 열리는 2층의 외향적인 성격에 비해, 청소년 상담복지센터를 위한 3층은 분명한 목적의 단위 공간으로 구획되어 주변으로부터 충분히 보호받고 가려진다. 2층과 3층의 공간감 차이 및 성격 구분은 재생의 중요한 방향과 목표가 되었다.
2층 평면도
3층 평면도
2층은 내부 전체와 테라스가 하나의 바닥재를 공유한다. 소그룹 스터디를 하거나 개인 시간을 보내기 위한 작은 영역간 경계에는 유리벽돌이 쌓이거나 부드러운 커튼이 지나며 빛과 소리를 통과시키고, 이는 한 공간 안에 거리를 두고 머무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소극적이고 간접적인 방법으로 연결한다. 웅성거리는 말소리가 공기의 이곳 저곳을 채우고 주변 사람의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안 보이기를 반복하는 이 곳에서, 청소년들이 자신과 타인의 적정 거리를 연습하고 자율적인 소통을 훈련할 수 있을 것이다.
2층 입구에서 바라본 안내데스크
2층 내부 전경
2층 테라스
2층 스터디룸
3층 청소년 심리복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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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익스페이스 명동역점 입면 레노베이션을 위한 지명현상 당선
서울시 중구 퇴계로
2018 년 11월 – 2021년 2월
협업 : Atelier KI JUN KIM
사진 : 윤준환
THE BACKGROUND / 배경
건물은 지하철 명동역에 인접한 상업거리에 위치한다. 근대 이후 문화위락의 중심지로 급격하게 성장한 명동거리는 발전과 정체의 과정을 거쳐 현재 서울을 대표하는 상업, 관광지역으로 자리잡았다. 1992년 명동 8가길과 명동 6길이 만나는 모퉁이에 건설된 신한은행 명동역 지점 건물은 2018년 초 전체 증, 개축이 결정되었다. 건물 내, 외부의 개선을 통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금융정보와 서비스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업가로의 중심에서 해당 기업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건축물로 거듭나는 것이 이번 외관 특화설계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였다.
DRAPES ON THE CORNER / 유리장막
예술사에서 직물을 늘어뜨리거나 장막을 드리우는 행위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인물을 감싸는 것은 대상의 지위나 명예를 돋보이게 하고, 관찰자로 하여금 장막으로 가려진 영역은 그 너머 기대감과 경외감을 가지게 만든다. 본 프로젝트에서 외피가 표상하는 장막은 은유적인 장치인 동시에, 주변 분위기로부터 건물을 적절히 구별하기 위한 도구이다. 부드럽게 일렁이는 곡면유리는 기존 건물을 감싸는 가운데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모습을 담는 오브제의 성격을 부여한다.
건물을 감싸는 유리장막은 교차하는 도로의 폭과 성격을 고려하여10m 도로를 향해서는 세 층, 6m 도로를 향해 한 층, 그리고 모퉁이에서는 두 층 높이 만큼 들어 올려지며 하부에는 출입구를 포함한 상업공간이 위치한다. 다양한 층위에서 건물의 내부를 가리거나 드러내는 장막은 건물 앞을 오가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THE CORNER SITE / 모퉁이 땅
프란체스코 보로미니(Francesco Borromini)가 설계한 로마의 산 카를로 알레 콰트로 폰타네 성당(Chiesa di San Carlo alle Quattro Fontane)이 종교건축임에도 코너의 조각과 분수를 통해 가로공간에 의미 있는 쉼표를 제공했던 것처럼, 높은 지가의 명동의 사거리에 금융회사의 건축물이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건물의 공간적 이익 창출에만 그치지 않고, 보행자와 잠재적 고객에게 실제적 공공편익을 제공할 수 있을 때 증축은 더 큰 가치를 아우를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코너부 출입구 전면에 위치한 오목한 호 형태의 벽, 조경과 가구가 놓인 바닥 그리고 거울 천장으로 둘러싸인 모퉁이의 공공기여 공간은 언제든 쉬고 머물 수 있는 도시적 거실로서 주변과 지속적인 유대를 만들어간다.
SOLIDIFIED WAVES (MOVEMENT) / 고정된 파동
돌, 금속, 유리와 같이 단단한 재료를 부드럽고 역동적인 형태로 구현하려는 시도는 건축과 조형의 역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져 왔다. 주름의 입면 개념을 구현하기 위해 우리는 장막 혹은 면포가 흔들릴 때의 동적 속성과 부드럽고 따뜻한 질감에 주목했다.
입면은 부분과 전체가 연동하여 움직이는 키네틱 파사드 (KINETIC FACADE)가 아닌 조형의 본질적 원리와 순간을 포착한 채 고정된 통제된 복잡성(CONTROLLED COMPLEXITY)을 보여준다. 단순한 조형원리로 반복되는 모듈은 건물 전체 이미지의 복잡성을 높이며, 관찰자가 특정 형태가 아닌 비유와 상징으로 쉽게 연결될 수 있는 유사 인상으로 대상을 기억하게 한다. 파사드는 어느 한 지점에서도 동일한 모습이 아닌, 이동하는 시선 속에서 끊임없이 변하는 형상으로 인지된다. 유리 표면에는 지름이 점층적으로 변화하는 세라믹 도트 프릿(DOT FRITS)이 코팅되어 건물 내, 외부를 적절히 차폐하며, 차갑고 견고한 유리표면 위에 부드러운 면포의 빛과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질감을 더한다.
GLASS MODULES / 유리 모듈
파사드의 기본 모듈은 복층 유리와 그 사이의 아르곤 가스층, 복사열을 차단하는 로이코팅, 차양 및 시선조절을 위한 세라믹 도트프릿 등 여러 켜로 구성된 두께 41.52mm의 단열 구조체이다. 다양한 층위로 인해 유리 장막의 유려한 인상을 저해하지 않도록 반사값과 투영도 검수 등의 목업(MOCK-UP) 테스트를 거친 후 최종 14 종류, 320개의 곡면유리 모듈로 제작되었다.
모듈의 폭은 675mm, 1350mm, 2025mm 세 종류로, 곡면인 상층부과 평활한 하층부로 구분되며, 여기에 모퉁이를 위한 호 형태의 모듈이 더해졌다. 2차원 곡면 유리를 지지하는 커튼월 프레임은 고강도 철제를 사용하여 각 부재의 단면치수를 최대한 줄였다. 폭 45mm와 길이 150mm의 수직 철제 멀리언은 압출이 불가능한 자재의 특성으로 인해 절곡으로 제작되었고, 멀리언과 모듈의 연결 부위는 3D 프린팅 목업을 통해 이중 클램프 방식이 고안되었다. 곡선을 따르는 수평재 트랜섬은 각 면에 해당하는 철판을 CNC로 가공한 후 용접으로 조립하는 빌트업(BUILT-UP)방식으로 구현했다. 일반적인 곡면구간에 적용된 트랜섬은 100mm 폭,100mm 길이, 돌출의 차이로 얕은 음영을 만드는 부분의 트랜섬은 길이 50mm, 폭 100mm이다.
골조와 커튼월 시스템의 연결 부분의 골조는 철제 거푸집을 통해 정밀도를 높였음에도 허용오차를 넘어서 사전 제작된 이중 철재 브라켓을 재가공한 뒤 커튼월과 골조를 결속시킬 수 있었다.
유리가 부드럽게 물결치는 표면을 그대로 보여주려는 설계의 기본 방향에 따라 4변 모두 히든 바(HIDDEN-BAR) 타입으로 구축하고 유리와 유리 사이에는 코킹을 채웠다. 당시 국내에는 해당 곡면 파사드와 기술적으로 동일한 사례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성능 구현을 위해 전체 시공 전 제작된 2개층의 1:1 목업에 직접 풍하중에 대한 구조안정성, 기밀성, 수밀성에 관련한 성능시험을 수행했다.
IMPROVISATION / 변주
유리모듈들은 하단부와 부분적으로 모듈 사이사이에 두 종류의 단면을 가진다. 이는 반사재인 스테인리스 스틸 수퍼미러로 채워지는 가운데 관찰자와 주변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파사드의 주요 구성요소로서 작용한다.
첫번째는 곡면구간 하단에서 최대 76cm 폭의 파장을 보이는 캐노피이다. 곡면유리 구간의 하단 캐노피는 인접한 환경에 따라 세 레벨에서 구현된다. 6m 도로에 면한 입면에서는 2층 바닥 레벨에 위치해 보행자들의 눈높이에서 쉽게 인지되며, 모퉁이에서는 3층 레벨에서 가장 깊고 넓게 돌출하여 공공기여공간의 천장면이 된다. 마지막으로 10m 도로를 향해 4층 바닥에서 내민 캐노피는 3층 내부에서 유리천장을 통해 근접해 바라볼 수 있다.
두번째는 연속된 곡면의 곳곳에 돌출 거리가 미묘한 차이를 보이도록 고안된 단면이다. 동일한 곡률을 가진 대칭된 모듈이 일정한 패턴 속에서 수직적으로 마주할 때 발생하며, 깊이 15cm 이내에서 모듈의 폭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이는 수평적으로 일렁이는 입면의 리듬에 활기를 더하는 쉼표로써 작용하며 동시에 내부 공간의 층위를 암시하여 건축적 파사드의 성격을 완성한다.
신한 익스페이스 명동역점 입면설계_공간지 게재
2021. 5월
협업 : Atelier KI JUN KIM
사진 : 윤준환
https://vmspace.com/report/report_view.html?base_seq=MTQzNg==
오학동 주민센터 민원실 내부 공간 설계
2019. 08 – 2020. 06
이미 있는 것
오학동 주민센터 민원실 프로젝트는 주민센터 신축공사 진행 중에 1층 민원실을 분리하여 별도 설계하도록 발주되었다. 현장에 구현된 12m 장스팬이 규칙적으로 늘어선 무주공간, 그리고 큰 보와 기둥이 만나는 구조형식이 만드는 장면에 착안하여, 기존 설계대로라면 천장마감으로 가려질 구조체를 드러내고 돋보이게 하는 것이 내부공간 설계의 주요 방향이 되었다.
새로 끼운 것
내력구조를 그대로 노출하고 그 사이에 요소를 삽입한다. 업무공간 상부 깊은 보 사이마다 꽉 맞는 하얀 덩어리 (Floating Boxes)를 끼워 넣어 대기공간의 노출천장과 구별되는 공간감을 구현하고, 각 덩어리에는 공간 전체를 위한 각종 설비를 담아 숨긴다.
육중한 보에서 이어지는 직사각형 기둥의 형태와 존재는 좌우에 부착된 두터운 테라조 판(Dressing Plate)에 의해 강조된다. 바닥에서 적정 높이까지 상승하던 테라조 판이 사라진 공간 안에서 기둥과 보가 만나는 이 방식은, 고전적으로 수직부재와 수평부재가 만나는 결절이자 이음새 역할을 하는 주두 없이 구조체를 지나가는 힘의 흐름과 결속을 역설적으로 부각한다.
기둥과 보가 구축하는 프레임 사이에는 열린공간을 영역별로 구획하는 테라조 덩어리(Standing Masses)가 놓인다. 각각의 덩어리는 기존 구조체의 리듬을 강조하고, 동시에 다양한 수납공간으로 활용되어 민원실의 다양한 행정업무를 돕는다.
닫힌 창과 열린 창
기둥열 사이에는 외부와의 관계를 고려한 두 종류의 창이 있다. 차량진입동선과 설비가 놓인 북측은 실내와 외부간 직접적인 동선 및 시선 연결이 불리하므로 기존에 설계된 창을 그대로 유지하고, 대지 내 공원으로 크게 열리는 남측은 기둥 사이마다 접이식 유리문을 두어 기둥간격 전체가 열리는 방법으로 실내외간 확장 및 연결이 가능하도록 했다. 민원실 공간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갈수록 천장이 점차 높아지고, 업무공간 – 대기공간 – 외부마당으로 시각적 그리고 공간적 전이를 이룬다.
재료 옆 재료
내력구조요소를 제외한 모든 실내 마감재는 매끄러운 표면과 광택을 지닌 재질이 적용되어 둔탁한 빛을 머금은 거친 질감의 콘크리트 표면이 두드러지도록 했다. 민원실 공간 중 가장 넒은 바닥, 기둥 양 옆을 덮는 두꺼운 판, 열린공간에 놓인 독립 파티션에는 각각의 세 가지 종류의 테라조 타일이 적용되었다. 투명한 유리벽이 박스를 이루는 회의실, 흰색 인조대리석 상판이 놓인 민원대, 흰색 유광 압축필름지를 쓴 붙박이 가구를 통해 구조체와 그 밖의 요소간 대비가 이루어진다.
그 위에 다시
오학동 민원실은 다양한 차원으로 중첩하는 켜로 이루어진 공간이다. 기존 구조체가 일차적인 공간의 틀이 되고, 그 기본 틀과 관계 맺는 건축 요소가 단계별로 등장하고 누적하여 공간감을 완성한다. 주민센터 민원실의 물리적인 공간은 보거나 만질 수 있는 세 가지 유형요소의 병치와 중첩으로 완성되었지만, 이 곳은 앞으로 지역 주민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와 돌봄의 수고가 채워짐으로써 비로서 온전해 질것이다. 그 자체로 완전 무결할 수 없는 건축은 완성된 후에도 무언가의 혹은 누군가의 개입에 취약하여 지속적으로 열려있다. 앞으로 이 곳을 찾는 시민들의 필요와 바람이 민원실 공간에 생기와 의미를 더하기를, 풍성하고 의미있는 더께로 쌓여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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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 사옥 및 임대용 주거
2019 년 11월 – 현재
위치: 서울시 영등포구 도림동
서울시 창업카페 서초교대점
2019년 2월 – 현재
발주: 서울특별시
위치: 교대역 13번 출구 지하
서울시 창업카페 서초교대점은 그 입지조건이 매우 특징적이다. 대학교 건물 내부에 위치한 대학로점이나 지하보도의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충무로점과 달리 서초교대점은 교대역 13번 출구 하부 지하상가 중 다섯개 점포 전체를 점유함으로써 많은 유동인구에 상시 노출된다. 지하철 입구에서 가까운 지하상가 공간에 위치하는 창업카페는 공공시설의 일부가 되어 많은 시민들에게 닿아있는 진정한 공공공간이 될것이다.
13번 출구로 향하는 지하보도. 창업카페의 입면이 공간에 새로운 리듬과 생기를 부여하기를 기대한다.
창업카페의 입면은 얇고 풍성한 경계로 이루어져있다. 철물의 판재와 선재, 격자구조가 관찰자의 시점에 따라 촘촘하거나 성근 면으로 변한다.
다목적 공간. 강연이나 공연의 성격에 따라 의자와 책상을 배치하거나 넓은 열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입구에서 바라본 사무공간과 사무공간 내부. 가구가 벽과 창, 수납공간의 역할을 모두 맡았다.
사무공간 벽면의 붙박이 수납 공간
상담실 및 소규모 회의. 벽면에 단단히 파묻힌 붙박이 소파와 모듈로 가구로 이루어져있다.
열린 업무공간. 영역의 주변 경계를 따라도는 주머니 공간에서 개인이 장소를 만들어 정착하고 집중하기 위한 곳이다.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
협업: INTUNE ARCHITECTS
서울시 옥수동
2017. 07 – 2020. 05
동네라는 그림
옥수동은 90년대 드라마 <서울의 달>의 공간적 배경이 되어 도시 서민들의 고단한 삶이 펼쳐지는 달동네로 그려졌다. 2000년대에 들어 옥수동 일대 낙후된 주거환경은 자본의 논리와 거대한 개발압력에 의해 해당 대지가 지닌 특성이나 주변 도시조직 등에 관한 적절한 고찰없이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무분별하게 교체 되어왔다. 그 결과 도시조직의 유기적 연속성을 대체로 잃고 개발 이후 새로운 정체성도 정립하지 못한 상황이다. 근래 다양한 도시재생 패러다임의 도입과 이에 관한 시민의 이해 및 직간접 경험은 구도심 개발방식의 변화와 방향 전환의 근거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기존 도시조직의 특성과 해당 장소가 거쳐온 오랜시간을 존중하는 노력이 보다 다양한 일상성을 가능하게 하며 더 나은 개발이익을 누리게 한다는 사실을 서서히 체득해가는 것이다.
대지와 주변은 다층적인 가능성을 보인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이 이미 진행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간 경계에는 기존의 소필지들과 경사지 골목길이 남아 켜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지역사회에 보다 다양한 도시공간을 제공하며 다채로운 풍경들을 담는 그릇으로 기능할 수 있다. 또한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어 상당한 수의 인구가 유입되었다. 대지의 교통 이점은 젊은 세대들의 정주를 유도 했고, 그 결과 지역주민들 중 다수는 상권의 흐름과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옥수역으로 부터 대지로 연결되는 이면도로에 들어선 각종 레스토랑과 베이커리, 카페, 팝업스토어 및 편집가게, 그리고 공방이 이를 반영한다. 옥수역에서 시작하는 보행 흐름이 경사면에 놓인 골목길을 지나 도달하는 가장 높은 지점에 대지가 있다. 경사진 골목길을 따라 자리 잡은 정다운 가게들 사이를 걷다보면 중규모 상가들이 모여 다른 리듬과 공기를 지닌 독서당로를 만나게 되고, 길의 폭과 길가 풍경의 리듬이 바뀌는 곳에 옥수동 근린생활시설이 놓인다.
중간의 장소
경사지의 놓인 불규칙한 작은 필지들과 그 사이 골목길이 이루는 기존 풍경, 그리고 새롭게 이식된 거대 규모의 아파트단지 사이의 불일치를 중재하는 “중간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 설계의 주요 목표이다.
규모_아파트단지와 소규모건축물 간의 스케일 차이
해당대지 남측에는 20층 높이의 아파트가 직접 면하고, 북측 역시 25m폭 생활가로 건너편 옹벽 위에 고층아파트가 위치한다. 독서당로를 지나는 보행자 및 차량들은 건물로 이루어진 거대한 골짜기를 통과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를 완화하기 위해 건물의 전체 형태를 대지에 적합한 세 개의 덩어리로 분절하고 고층아파트를 면하는 높이를 도로에 면하는 부분에 비해 높게 계획했다. 또한 주변 상가건물의 입면을 관찰한 내용에 근거하여 도로 쪽 건물 입면의 비례와 크기가 결정되었다.
연결 _옥수역에서 시작하는 보행 흐름의 확장
기존의 대지는 가로변에 4층 상가와 이면에 단독주택이 위치해 있고, 길에서 단독주택으로 가려면 대지경계를 따라 이어진 외부계단을 통해야 했다. 대지의 경사를 순전히 활용한 기존 계단은 옥수동 근린생활 시설의 각층으로 효율적인 접근로 확보에 유사하게 적용되었다. 인근 지역의 골목길과 비슷한 계단 및 작은 통로가 대지 곳곳에 위치하여, 지하 2층에서 지상 2층까지 다양한 동선을 통해 이동 할 수 있다. 옥수역에서 시작한 보행의 흐름은 골목길을 지나 대지에 도착 후에도 건물 내부로 연속되고 확장함에 따라 건물 외부와 내부의 경험이 유연하게 이어진다.
외부공간 (sunken floors & terraces) _입체적인 도시환경 제공하기
경사진 대지의 특징을 활용한 썬큰공간과 층별 테라스가 계단 및 내부통로와 연계한 실외공간으로 기능한다. 지하 1층과 지하 2층의 썬큰공간은 해당 층 실내공간의 자연채광 및 환기를 돕고, 방문자를 위한 이벤트 혹은 휴식 공간으로 쓰일 수 있다. 지상층의 층별 테라스는 공간 사용자들의 필요와 운영하는 사업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향으로 활용 가능한 외부공간이 된다.
건물의 다면성
근린생활시설이므로 건물은 중성적(NEUTRAL) 성격을 띈다. 어떤 프로그램이 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 그리고 앞으로 언제든 바뀔 수 있는 프로그램을 위한 건축은 어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옥수동 근린생활시설의 파사드는 내부 프로그램보다는 주변의 맥락과 향후 요구사항에 반응하기 위한 네 종류의 유형을 지닌다.
메인 파사드 _ 균질한 질서를 얻어지는 정면성
독서당로를 마주한 북측입면은 절대적인 크기는 작지만 성격상으로는 건물의 정면에 해당한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북측입면에는 그리드로 이루어진 1.2m의 깊이를 가진 균질한 입면을 구성함으로써 그 존재감을 갖도록 했다. 또한, 창을 프레임 중간에 위치시켜 주야간의 입체감에 변화를 꾀하는 동시에 내부의 장면이 거리로 드러나 풍경이 되도록 하기 위해 모든 창을 고정창으로 계획하여 개구부의 크기가 최대화되도록 했다.
남동측 파사드 _ 주거지를 대하는 대안적 입면
남쪽에 위치한 인접한 아파트와의 시각적 간섭을 피하기 위해 개구부의 방향을 틀어서 배치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그림자 효과가 발생하며 창 앞에 위치한 빗면에 반사된 빛이 시시각각 내부로 부드럽게 흘러 들어온다.
서비스 타워의 얼굴 _ 침묵하는 벽의 아름다움
건물의 남서쪽에 위치한 서비스타워는 남쪽에 위치한 주거지와 가장 인접해 있고 그 성격상 많은 창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런 조건을 반영해서 서비스 타워는 건물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추상적인 덩어리로 보이기를 바랬다. 이를 위해 묵직한 덩어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창호는 히든바(Hidden bar)를 이용한 플러싱 윈도우 방식(Flushing window)를 사용했으며, 마감으로 사용한 고흥석은 줄다듬방식을 적용해서 건물의 다른 부분과 대비되도록 했다.
내부를 향한 입면 _ 격식없는 잡담의 즐거움
세 개의 볼륨에 의해 둘러싸인 외부공간을 향하는 입면은 이제까지의 방식과는 다른, 좀 더 자유로운 방식의 개구부를 갖는다. 크고 작은 정사각형의 개구부들은 외부가 아닌 내부를 향하며 건물 이용자들이 서로서로 바라보고 영향을 주고 받도록 기능하는 한편, 건물의 중심공간인 선큰과 테라스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서울시 공공건축가 대상 동사무소 인테리어 재생사업_풍납2동 주민센터
2017. 12 – 2018. 07
사업의 목표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사무소 사업의 주요 목적은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각 동의 복지행정 인원을 두 배 이상 증원하여 시민들이 실질적이고 개선된 혜택이 누리게 하는 것으로, 늘어나거나 재편성된 인력 배치를 위한 공간을 한정된 면적안에서 확보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새로운 행정 시스템을 위한 민원실 공간에 시민들이 보다 쉽게 접근하고 머물수 있도록 환경으로 정비하는 것이다. 이는 설계 진행방향의 중요한 지향점이 되었으며 공간 설계의 세부 요소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동기가 되었다.
제한된 면적
층별 바닥면적이 약 40평에 불과한 풍납 2동 주민센터 건물은 한 층에 총18명의 근무자를 위한 업무공간을 비롯해 동장실, 주민등록실, 남여화장실 등 각종 기능실이 빠듯하게 수용되어 이미 포화상태에 있었다. 근무자들은 30여년 된 오래된 건물의 비좁고 답답한 환경을 개선하려는 여러 시도에도 별다른 대안이나 결과를 얻지 못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충원되어 7명이 늘어난 행정인원의 모두의 자리를 확보하는 방법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다양한 방향의 검토 과정을 통해 1인의 개별 책상 크기 폭을 150센티미터에서 120 센티미터로 줄이고, 독립된 개별 기능실의 크기를 조금씩 덜어내는 것으로 이미 좁았던 공간에 이전보다 많은 인원이 머물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유형의 탈피
스물 다섯명을 위한 적합한 업무영역을 확보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설계 과제로, 기존 민원실의 전형적인 공간 유형을 탈피하기 위한 방법이 모색됐다. 예전 민원실의 경직된 레이아웃 (행정공간 – 민원대 – 대기공간) 을 바꾸어 민원인과 공무원간의 입체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자 했다. 민원인과 행정인원 사이에 딱딱한 경계를 이루고 있던 “ㄱ”자 민원대를 행정민원과 복지민원의 업무방식 차이에 착안하여 중간이 분리되는 형태로 교체함으로써, 이전에 비해 느슨하고 부드러운 선이 민원인과 행정인원 사이에 그어졌다. 또한 기존 화장실로 향하는 복도의 막힌 끝을 열어 민원실 입구에서 동장실 및 행정공간으로 회유할 수 있는 동선 (bypass)를 마련했다. 이로써 방문객들은 동장실을 찾아온 사람들의 움직임이나 행정인원의 시선으로부터 독립적으로 대기공간에 머물 수 있으며, 층의 한 켠에 위치한 동장실로의 접근성 역시 이전보다 좋아졌다. 절대 면적이 크지 않은 행정공간의 기존 수납장을 활용하여 구축한 높이 120cm의 두껍고 낮은 담은 팀별 영역의 독립성 및 작업의 집중도는 높이고 적절한 의사소통은 언제든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돕는다.
기존 주민센터의 주출입구 전경
공간개선 후 주출입구 전경
인상의 변화
사업의 기본과업 범위에 덧붙여, 주민센터 주출입 공간을 개선하는 작업이 동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졌다. 기존 주민센터 주출입구는 각종 수납물과 사인물이 쌓여 방치된 상태로, 주민센터를 방문하는 이용자들에게 다소 산만하고 복잡한 첫인상을 안기고 있었다. 다종다양한 집기와 설비, 사인물을 넣어 정리할 수 있는 붙박이 수납을 계획하고 벽면 전체를 이루도록 통합함 으로써 주진입 공간의 정비된 새 인상을 만들었다. 입구 정면에 설치된 거울벽은 주민센터 진입로의 깊이를 성큼 확장해서 방문자의 시선을 공간의 실제거리보다 길게 안쪽으로 끌어들인다. 주출입 공간을 이루는 조명, 수납장, 사인보드 등의 요소가 하나의 건축 모듈에 수렴 및 정렬하도록 했으며, 이는 주민센터가 풍납 2동 시민들을 향해 신뢰와 안정감을 안기기 위해 짓는 첫번째 표정이자 첫인상이 되었다.
기존 주민센터의 주출입구 전경
공간개선 후 주출입구 전경
장소에의 기대
2013년에 지어진 북가좌 1동 주민센터는 마을활력소 사업 3기 대상지로 선정된 타 주민센터에 비해 공간 상태가 양호하고 쓰임새도 좋은 편이었다. 건물 곳곳에서 발견되는 유휴공간의 활용방안 마련과 1층에 비교적 최근 마련된 주민쉼터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찾아가는 동사무소 사업에 지원하게된 주요 계기이자 목표였다. 시민이 주체가 되어 꾸리는 다양한 마을활동의 필요를 충족시키며 유연하게 점유할 수 있는 공간에의 기대는 매우 높아져 있었다. 행정서류 발급 혹은 민원 접수등 실질적이고 사무적인 용건으로 방문하던 과거의 주민센터는 시민 복지와 편의를 위한 휴게 공간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너머, 건물의 일부에 시민의 주체적인 고민과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진정한 의미의 공공공간이 되었다.
1층 마을카페
공간의 이름과 쓰임
통합민원실, 보건소, 도서관, 대강당등 주민센터를 구성하는 주요실 외의 장소는 시민들의 필요와 바람에 따라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로비의 한 켠에서 이야기나누는 어르신들, 어머니교실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아이, 엘리베이터 앞 코너에서 시민들의 망가진 우산을 고치는 수리공, 마을 바자회를 위해 테이블에 용품을 정리하는 주민들은 각자가 머무는 그 자리를 무엇이라고 부를까. 다양한 지역단위 모임이 꾸준히 생성하거나 소멸하고 마을단체 운영방식의 범위와 방식이 확대되는 오늘날, 주민센터 내외부의 물리적인 공간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사랑방, 쉼터, 휴게공간, 워크룸, 마을 공방, 마을카페 등의 시민공간은 부여받은 이름이 제시하는 범위보다 유연하게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4층 마을쉼터
모두의 공간, 우리의 방
공간을 구획하고 영역의 범위를 정의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북가좌1동 주민센터의 유휴공간과 서비스 공간을 일부 정비해서 시민들이 쓰기 적절한 공간을 구축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비례의 직육면체가 주민센터의 1층과 4층에 관입되었다. 각각의 직육면체는 의도적으로 불완전하고 느슨한 구조를 지니며, 여섯개의 면 중 두 곳이 완전히 삭제되거나 소리를 통과시키는 재료로 지어졌다. 문을 여닫거나 문턱을 넘는 행위 없이 공간에 진입하면 바닥을 밟는 촉감이 바뀌고 머리위 천장의 질감이 달라지며, 이는 사용자가 공간을 인지하는 방식을 간접적이고 은근한 방법으로 유도한다. 공간을 이루는 느슨한 경계를 통해 이 공간에 머무는 사람은 인접한 공간을 지나는 사람과 서로 다른 곳에 있으면서 동시에 같은 곳에 있다.
재생전과 후의 1층 평면도: 비교적 큰 면적의 로비에서 영역의 가능성을 보이는 두 곳에 새로운 시민공간이 확보되었다.
재생전 1층 마을쉼터 (상) 와 재생후 마을카페 (하) : 철제 수납이 약한 경계를 구축하며, 창가의 낮은 수납은 실내와 실외공간을 연결한다.
재생전 마을쉼터(상)과 재생 후 마을카페 주방에서 바라본 모습
재생전과 후의 4층 평면도: 엘리베이터 전면 로비 두 곳에 새로운 시민공간을 확보하고, 기존 샤워실과 탈의실, 창고를 통합해서 시민 워크룸으로 정비했다.
4층 로비의 재생전과 후
대강당의 재생 전과 후: 시민워크룸과 맞닿은 벽면 전체를 수납공간으로 구획했다.
4층 엘리베이터 앞 마을쉼터의 전과 후
기존 창고(상) 공간이 시민워크룹으로 진입하는 입구와 공유주방(하) 으로 바뀌었다.
공유주방에서 바라본 워크룸의 모습: 두 곳에 설치된 목재 미닫이 문으로 긴 공간을 분할할 수 있다.
워크룸 끝에서 주방쪽을 바라본 장면
2017. 04 – 2017. 07
예전과 오늘의 민원실
기존 중곡3동 민원실은 출력된 문서자료를 다루는 행정업무,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과 요청한 사람간의 일방적인 혹은 전통적인 소통 방식에 적합화 되어 있었다. 다각화 되고 다층적으로 분화되어가는 각종 행정업무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증가하는 대민지원에 유연하게 반응하는 새로운 유형의 공간구조를 제안하고자 한다. 다양한 성격으로 구성된 공간을 통해 민원인과 민원담당자 간의 원활한 소통을 지원하고, 민원실을 방문한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휴식공간을 제공하며, 장시간 근무하는 민원담당자를 배려한 쾌적한 근무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곡3동 주민센터는 일반 민원업무 혹은 행정상담 업무량에 비해 동장님과의 개별 상담 및 면담을 하는 방문객의 수가 제법 많고 활발한 편이었다. 기존 주민센터의 공간 구조 상 동장실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민원대를 가로질러 지나야 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으므로, 현재 주민센터가 이용되는 실태와 특징을 파악하고 이에서 발견되는 불편함과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을 가장 우선으로 한다. 또한 증원되는 복지지원팀의 자리 재배치 및 원활한 주민상담을 위해 상담실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 역시 중요한 사안이었다.
동장실의 위치를 주민센터의 입구 가까운 곳으로 옮김으로써 주민들의 잦은 동장실 방문이 여타 업무에 방해 되지 않도록 했다. 행정팀과 복지지원1, 2팀의 업무공간을 분리하여 각 부서의 독립적인 업무공간을 확보했으며 기존의 상담실은 두 공간으로 나누어져 두 팀의 상담이 동시에 가능해졌다. 공간의 이곳 저곳에 위치해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다양한 수납가구 및 업무가구를 벽면과 일체화 된 붙박이 가구로 일체화 함으로써 공간 전체의 이용도와 사용자 동선의 효율성을 높였다. 두 공간으로 분화된 상담실 중 작은 방의 형태로 만들어진 폐쇄형 상담실이 상단 사진의 왼편에 보인다.
민원대의 후면은 창고로 들어가는 입구를 제외한 벽면 전체가 수납공간으로 활용되어 주민센터를 들어섰을 때에 만나는 공간의 첫인상에 깔끔하게 정돈된 배경을 제공한다. 주방의 싱크와 흡사한 구조로, 하부장보다 얕은 상부장과 상하부 수납장 중간을 비워 얻어진 작업대는 수납장 가까이에서 자료를 정리하거나 간단히 처리해야하는 업무가 있을 때 공무원들이 피로감을 느끼거나 불편을 겪지 않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결과이다.
단독주택 신축공사_2016.06 – 2017.12
고양시 성석동 / 철근콘크리트조 지하 & 목구조 지상
남동쪽에서 바라본 집의 전경
땅콩집이라는 이름으로 보편화된 두 가구 주택은 공사의 경제성이나 유지관리 효율에 장점을 지닌 동시에, 세대간 동선과 개별영역의 구별 및 연결 등 섬세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내용이 많은 프로그램이다. 주인집과 임대주택과 같이 세대간에 명확한 위계가 있다면 그에 따라 가구의 배치 및 규모가 결정되고 한 세대가 좋은 향을 더 넓게 갖거나 다른 세대가 길 쪽에 가깝게 놓이는 등 건축물이 세대주간의 관계를 반영하게 될 것이다. 반면 동등한 관계를 지닌 두 세대가 집을 짓는 경우, 현관을 공유하거나 전면 마당을 나누어 쓰는 등 하나의 대지위에 함께 존재하기 위한 절충과 타협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는 설계 초기부터 심도있게 검토되어야 하는 조건이자 완성된 집의 성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두 집이 하나의 완결된 건축물을 이루고 세대 각각의 삶이 서로와 전체에 의지할 수 있다면 두 가구 주택은 하나의 땅 위에 공존하는 의미를 일상속에서 꾸준히 일구어 낼 수 있을것이다.
배치평면도
남쪽 마당에서 북쪽 테라스로 이어지는 진입로와 세대의 출입구
길에서 두 갈래로 이어지는 진입로, 두 입구의 위치, 두 집 각각의 형태와 전체의 어울림 등 “둘”이라는 성질 (twoness)은 설계 과정 내내 중요한 사안으로 다루어졌다. 동등한 공간이 중심벽을 공유하는 11자 형태의 배치는 집 내부 환경을 자유롭게 구축할 수 있고 각 세대의 외장재나 창호는 선호하는 바에 따라 차별 적용하기에 용이한 방법이지만, 두 집 내부 공간이 획일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건축물이 대지의 특수한 성격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수반하기도 한다. 친구 관계인 3인 가족과 4인 가족의 보금자리가 될 성석동 두가구 집이 유기적으로 결착하기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한 후, 대지 남쪽의 마당을 면하여 11자로 배치된 공간이 북쪽의 열린 풍경을 향해서는 수평적으로 교차하는 최종안에 닿았다. 어깨동무를 하고 걷는 또래 친구 혹은 서로의 팔을 베고 누운 두 사람처럼, 성석동 주택은 두 가족 각자의 공간 너머에 두 집이 어깨를 얽고 함께 살아가는 장소가 놓여있다.
지하층 평면도
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다락층 평면도
북쪽 전답에서 바라본 전경: 곡식이 자라고 지는 논의 사계절이 다양한 창을 액자삼아 집 안으로 들어온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대지는 북쪽 경사면 아래의 전답과 녹지를 향해 넓고 열린 경관을 갖는데, 두 가구 집의 병치관계를 담담히 드러내는 남쪽 입면에 비해 북쪽에서 바라본 건물은 지하층으로 내려가는 세대별 외부 계단을 제외하면 둘이라는 성질 (twoness) 을 숨긴 천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붉은 벽돌타일이 단일 외장재로 적용되고 입구 두 곳은 건물의 중간 지점 안쪽으로 들여져 있어, 남쪽 입면을 제외하면 건물 전체에서 두 집이 분리되거나 연결된 방식을 찾아내기 어려운 편이다.
북쪽 전답을 향해 열린 지하 다목적 공간
명쾌한 11자로 나누어진 남쪽에서 수평으로 엮여있는 북쪽에 이르기까지, 거주자들은 남북으로 긴 대지위에 선형으로 이어지는 공간의 연계를 따라 움직이고 머물기를 반복하며 두 가지로서의 성질을 지닌 집의 일상성을 경험하게 된다. 마당은 두 가족이 집으로 들거나 나면서 마주치는 공공의 장소가 되고, 2층 테라스는 각 집이 인접한 대지경계선 가까이에서 독립된 실외 영역으로 쓰인다. 두 가구가 공유하는 중심벽에는 화장실, 계단실등의 서비스 공간이 밀도 높게 모여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더욱 두껍게 만드는 역할을 하도록 계획되었다.
방마다 크기와 높이가 창호가 두 곳 이상 놓여 자연광을 입체적으로 들여옴으로써 계절과 시간에 따라 풍부한 공간감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집 안의 어느 곳에서 바라보아도 남쪽과 북쪽 바깥으로 이어지는 시계가 확보되도록 했으며,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동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시선이 내외부로 이어져 빠져나가도록 고안되었다. 물리적인 공간이자 건물이 완성된 순간을 시작으로, 두 가족의 고유한 생활의 흔적이 두 가구 집을 더욱 다층적으로 숙성시켜 갈 것이다.
2층 복도: 왼쪽의 작업대 및 수납가구가 복도를 따라 이어지고, 두 개의 입구를 갖는 남쪽 침실은 향후 두 개의 방으로 분리해서 사용할 수 있다.
2층 북측 침실: 서재와 드레스룸이 통합된 높은 층고의 공간.
침실 다락에서 내려다본 장면
3층 다락에서 바라본 복도 상부 서재
다락에서 내려다본 복층 공간을 갖는 침실
2017년 12월 준공한 성석동 두가구 주택이 지난 4월 온라인 메거진에 소개 됐습니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4677681&memberNo=954004
단독주택 신축공사/ 2016.05 – 현재 / 서울시 후암동 / 철근콘크리트조 / 지상5층
해당 대지는 동쪽으로 서울타워가 올려다보이는 후암동 남산자락에 위치한다. 후암동의 정취가 묻어있는 오르막길에 인접해 있고, 이 길에는 40년 이상된 시멘트 블록으로 지어진 단층집 으로부터, 80년대 단독주택의 상징같은 콘크리트 골조에 붉은벽돌벽으로 지어진 2층 양옥집, 그리고 최근에 완공된 새하얀 4층집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표정의 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이러한 거리의 풍경을 놓고 과연 후암동 협소주택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가 디자인을 위한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떠올랐다. 다양하기는 하지만, 어딘지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듯한 거리의 표정… 그 속에서 뭔가 ‘기준점’을 제시할 수 있는 건물의 얼굴을 제공할 수는 없을까?
북촌한옥마을 전경
암스테르담 구도심 전경
공통분모(common denominators)로서의 FACADE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대부분의 아름다운 마을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다. 바로 건축물들이 서로 닮았다는 것. 안동의 지형을 따라 자리잡은 하회마을의 집들과 담들이 그렇고, 암스테르담 운하 곁에 일렬로 늘어선 가로형 주택들이 그렇다. 그리고, 그 건축물들은 서로 닮았다고 말할 수 있는 ‘공통분모(common denominators)’를 갖는다. 건물의 비슷한 높이, 비슷한 재료, 비슷한 창의 크기 등등. 달리 말하면 평범함이 조화롭게 모여서 특별한 아름다움을 이루는 것이다.
후암동 협소주택의 입면은 이 거리의 ‘공통분모’가, 긴 시간을 통과하는 규준점이 되도록 설계되었다.
벽돌타일이 벽마감재로 사용되었고, 각 층마다 집의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창들이 두 개씩 배치되었다. 5층으로 구성된 비교적 높은 건물은 하층부 / 중층부 / 상층부로 나눠서 다른 재료를 입음으로써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에게 위압감없이 인지되도록 했다. 이 집의 새로운 입면으로 인해 이 거리가 좀더 아름다운 풍경이 되기를, 앞으로 새로 지어지거나 고쳐지어질 주변의 다른 집들이 이 집의 얼굴을 관찰하고 스스로는 어떤 표정을 지을지 고민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는 건축가의 바람이 담겨있다.
1층에는 주차공간과 현관, 다목적 스튜디오와 보일러실이 위치한다. 차량이 없는 시간에 주차장은 아이가 안전하게 뛰어놀고 바닥과 벽면에 자유로이 낙서할 수 있는 놀이터가 되어준다.
2층에 위치한 가족들의 주생활공간 중 3층까지 뚫린 층고를 갖는 거실은 협소집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아름다운 공간이다. 3층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고, 3층 화장실 앞 복도를 오가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풍성한 경험이 모이는 장소.
거실이 내려다 보이는 3층은 L자 형태로 간이 가족실과 세탁실, 그리고 샤워공간을 지닌다.
4층에는 가족들의 침실이 위치한다. 건물 전체 면적을 사이좋게 나누어 가진 아이방과 부부방은 최소화된 복도를 통해 서비스 공간에 닿아 있고, 계단 하부 등의 자투리 공간도 되도록 의미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서울타워가 보이는 다락과 옥상정원. 아이의 물놀이 혹은 가족들의 바베큐를 위해 협소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가장 특별한 장소가 되어준다.
주 도로를 바라보는 동측 입면. 주거지역의 현재와 일상에 충실한 동시에, 향후 인근에 어울리는 좋은 건물의 얼굴을 맞이할 기대를 담는다.
하얀 집을 마주보는 남측 입면. 주 생활공간과 침실에 자연광을 들이고, 기능적이고 실질적인 창호의 리듬을 반복하되 흔적만 간직한 같은 크기의 벽감이 입면 전체의 얼굴을 완성한다.
건물의 주요한 얼굴이 되는 남동쪽 입면
출입구
가족의 거실과 주방을 겸하는 복층공간
아이방에서 5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공원 시설물 증개축/ 안산시 와동 체육공원/ 2016.11월 완공
2012년 개관이래 와동 주민들에게 다양한 모일 장소와 행사의 무대를 제공하며 사랑받아 온 와리마루 내외부의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공원 내에서의 역할을 다시금 정비하고 와동 주민들의 현재와 미래의 필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의도의 프로젝트.
와리마루를 배경으로 열린 다양한 주민 참여 모임 및 행사들의 기록
와동 체육공원내 산재한 다양한 시설들과 와리마루의 상대적 위치관계. 개관당시 컨테이너가 단독건물로 존재하면서 주변 공터를 무대로 삼아 다양한 행사에 활용되었다.
사진 오른쪽 끝에 보이는 와리마루와 최근 개관한 야외공연무대. 좌측에는 여름에 활성화 되는 물놀이 공원이 위치한다.
설계제안
와리마루가 이름에 이미 담고 있는 <마루> 라는 공간의 형태와 쓰임새, 성격을 들여다 보면 그 범위와 적용 가능성이 무척 다양함을 알 수 있다. 누마루, 툇마루, 대청마루 등 한국의 가옥에서 마루의 이름, 형태와 기능은 매우 다양하고, 실내공간이 실외공간을 만나는 곳에 효과적이고도 아름다운 중간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추억이 머무는 시골집의 마루. 가족들의 일상에 머물고 쉴 곳을 제공하고, 효율적인 가사노동에 적합한 장소가 되기도, 기념일이나 특별한 행사에 가족 사진을 찍기에 더할나위 없이 적합한 공간이자 배경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준 구멍가게 앞 평상
어르신들의 쉼터 겸 정보교환의 장이 되는 구멍가게 앞 평상
전망대 겸 쉼터 역할을 하는 동구박 오두막
현재의 와리마루
컨테이너 전면에 목제데크가 위치하고, 폴딩도어를 통해 내부와 외부가 연결되거나 폐쇄된다. 평상시 사용자의 출입은 측면에 있는 문을 통해 이루어지는 편.
현재 와리마루의 내부와 외부, 주변에 여러가지 다양한 마루의 형태를 새로이 관입하거나 유입시킴으로써 컨테이너라는 단일건물의 한계를 극복하고, 주변 공터와의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했다. 여러가지 마루 공간에 다양한 연령층이 머물거나 쉴 수 있고, 때에 따라 사용자의 필요와 바람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마루가 모인 곳으로써 “여러마루” 라는 이름에 의미가 있다.
1. 여러마루 안 대청마루
전통가옥의 대청마루에서 바라본 마당
기존 와리마루에서 전면부에만 있던 유리 폴딩도어를 후면에도 설치함으로써, 건물 내부의 공간이 장변의 양 면으로 모두 열릴 수 있다. 열린 여러마루는 전면 공터쪽의 넓은 공간과 후면의 소나무 숲이 조경된 언덕이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유리 폴딩도어가 모두 닫힌 상황에서도, 좌측의 전적으로 닫힌 내부 공간은 여전히 시선과 풍경이 통하는 “대청마루”를 향해 개방감을 갖는다.
2. 여러마루 안 툇마루
기존의 목제데크는 길이방향으로 확장되어 여러마루의 우측을 향해 “툇마루”로 이어져 컨테이너를 ㄱ 자로 감싼다. 대청마루가 열렸을 때 공원과의 연결이 단계적이고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돕는 중간공간 역할을 하며, 대청마루가 닫혀 있을 때에도 여러마루에는 여전히 시민들을 위한 머물거나 쉴 곳이 남아있게 된다.
3. 여러마루 안 누마루
기존 와리마루에서 활용하고자 하는 지속적인 바람은 있었으나 쓰이지 못했던 컨테이너의 옥상은 안전난간과 지붕구조물과 함께 “누마루”로 새로이 단장하게 된다. 측면의 새로운 툇마루에 위치한 계단을 통해 접근할 수 있으며, 여러마루 주변 공원 풍경을 한 층 높아진 시점에서 조망할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한다.
여러마루의 다양한 쓰임 가능성
내부에 대청마루, 전면과 측면에 툇마루, 상부에 누마루가 위치한 여러마루는 일상에서 공원을 오가는 시민들의 머물곳을 다양한 방법과 형태로 제공한다. 다수의 지역 주민이 모이는 경우에도 능동적으로 무대 혹은 배경으로써의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동네 장터: 쓸모있는 중고품을 사고 팔 수 있는 지역주민의 살림 거래터로 활용한다.
동네사랑방 / 놀이터: 어른들이 대청마루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이들은 여러마루에서 놀 수 있다.
동네학교 / 쉼터: 지역주민이 선생님이 되어 가르치고 배우기도 하고, 수업이 있는 동안 옆에서 구경하거나 쉴 수 있다.
야외극장: 여러마루가 배경이자 무대가 되어 작은 공연이나 연극, 연주회, 퍼포먼스 등을 위한 공간이 된다.
동네 창고: 단기간의 저장, 수납, 보관의 역할을 하는 공원내 지역주민의 창고로 쓰인다.
2017년 5월, 주민 참여 행사가 진행중인 여러마루
여러마루 후면에서 바라본 와동체육공원
신진건축사 대상 공공설계 당선_2015. 06
제 22회 경기도건축문화상 사용승인부문 입선_2017. 09
제 11회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_2017. 09
공동작업: 이상도시종합건축사사무소
남서쪽에서 바라본 전경 © Studio In Loco
놀며 쉬며 꿈꾸며
오늘날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학교 수업과 사교육에 할애해야 하는 시간에 비해 각자의 관심사와 흥미에 따라 취미활동을 선택해서 즐길 수 있는 기회는 현저히 부족하다. 스튜디오 인로코는 청소년들의 “머물 곳”을 제공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작업했다. 초등학생에서부터 대학생까지 넓은 연령층의 청소년들이 각각 속한 또래집단 안에서 겪어야 하는 결핍은 다양하고, 따라서 그들이 각자의 관심사를 찾아 실험해 보고, 학교와 학원에서 채워지지 않는 필요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문화의 집의 기능은 실로 중요하다. 어른들이 그들의 관점에서 주어진 예산대로 운영하는 청소년 회관, 적당히 구색 맞춘 프로그램이 산발적으로 제공 되었다가 없어지는 문화센터, 혹은 그저 부모님이 데려다 주신 후 부터 데리러 오실 때 까지 시간을 보내야 하는 문화의 집을 탈피하는 방법을 탐구 함으로써,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어 각자가 머물 곳을 찾아가는 문화의 집을 설계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다.
A. 학교나 집과는 다른 곳
집과 학교, 학원의 딱딱하고 정형화된 공간에 익숙한 청소년들은 새로운 형태의 ‘문화의 집’을 통해 다채로운 공간을 만나게 된다. 건물 내외부에서 수시로 달라지는 공간의 형태와 울림을 경험하고, 다채로운 풍경을 눈으로 보고, 구석구석까지 직접 밟으며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특별한 기억들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수직으로 적층된 공간 수평으로 펼쳐진 넓은 공간
층별로 반복되는 공간 다양한 층고 및 공간 형태
단조롭고 반복적인 외관 다채롭고 밝은 인상의 입면
실내외 공간의 단절및 단조로운 동선과 시선 실내외 공간의 입체적인 연계
2층 로비에서 바라본 1층 북카페와 스탠드 © Lee Choong Gun
B. 대지에서 건물로
C. 건물을 이루는 구성요소
1층 북카페 전면 창 ©Lee Choong Gun
체육연습실 © Lee Choong Gun
1층 광정 © Lee Choong Gun
2층 휴게공간 © Lee Choong Gun
E. 공유벽
‘공유벽’이 문화의 집 내부 공간과 공간 사이를 구분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공유벽은 전시용 선반, 앉을 수 있는 자리, 수납장, 창 등으로 구성되며 다양한 형태의 개구부를 통한 시선의 교차를 유도하고 사용자 간의 거리를 규정한다. 이러한 장치는 다양한 관심사의 사용자, 서로 다른 연령층의 청소년 그룹간의 교류를 가능하게 함으로 다채롭고 입체적인 문화의 집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2층 다용도 문화실을 연결하는 복도와 공유벽 © Lee Choong Gun
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풋살구장에서 바라본 모습 (서측입면도)
어린이집에서 바라본 모습 (북측입면도)
공원을 향한 주출입구 (남측 입면도)
북측 입면 © Lee Choong Gun
단면도
남동쪽에서 내려다본 전경 © Lee Choong Gun
http://www.inloco.kr/2017/05/04/호매실-청소년-문화의-집/
칠보 청소년 문화의 집이 600호 출간을 맞은 공간지 11월호와 Archdaily 웹메거진, 건축과 도시공간 vol.29 에 게재 됐습니다.
단독주택설계 / 2015. 1 – 현재
DOWN-SIZED & UP-GRADED
외삼촌을 위한 전원 주택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건축주의 설명 중 “down-sizing” 이라는 표현은 중요한 주제어가 되었다. 소유하는 세간과 살림의 크기와 양, 종류를 줄여 간소하고 단촐한 삶으로 전향하고자 하는 건축주의 바람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는, down-sizing 에서 그치지 않고 그로 인해 삶의 질은 오히려 up-graded 될 수 있는 집을 위한 구상으로 이어졌다. 아파트의 대안으로 효율적이고 밀도 높은 주택, 실내외 공간의 영리한 관계를 도모한 소규모 주택들이 많은 건축가들에 의해 실험되고 구현되고 있는 요즈음, 작고 쉬운 공기 속에서 삶의 질은 오히려 입체적으로 고취되고 풍성해 지는 집을 설계하는 것을 프로젝트의 목표로 하였다.
집에서의 출발, 집으로의 도착
집의 전형적인 모습에서 시작, 필요한 기능을 관계와 순서에 따라 일렬로 배치하고, 분리가 필요한 곳은 어긋나게 하는 과정을 통해 전체 형태가 결정되었다. 먼 북쪽으로 함덕해변을 바라보고 남쪽으로는 한라산 등지를 면하며 동서로 길게 뻗은 대지위에, 개별 공간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각각에 적합한 개구부와 동선을 통해 남측과 북측의 상반된 자연경관을 만끽하고 향유한다.
동쪽 도로에서 접근하는 주출입구 부터 서쪽 임야로 갈수록 공공성이 높은 영역 (다목적실, 현관, 객실) 에서 낮은 영역 (주침실 및 개인공간)의 순서로 공간이 전개된다. 일렬로 배치된 개별 공간은 건물의 외관에도 반영되어 다양한 개구부와 재료가 입면에 적용되어 있다. 특정 기능의 공간 하나를 축출해서 바라보면 (내부 회의 시, 긴 롤빵에서 썰어낸 한 조각에 비유) 공간을 위한 최적의 채광과 공간감을 찾기 위해 입면 디자인 작업은 남측벽과 북측벽에 국한되지 않고 지붕면까지 총 네 개의 면을 다양하게 다루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개구부의 크기와 기능, 의미와 조작방법에 따라 공간이 실외를 향해 열린 정도가 달라진다. 북쪽의 넓은 마당과 바다를 향한 조망은 적절한 완급조절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오고, 남쪽의 닫힌 정원은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실내 주방의 확장 및 사적인 용도를 위해 점유되기에 적합하다.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 동선의 흐름을 보면 공공건물에서와 비슷하게, 작은 집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의 목적과 필요에 따라 동선이 구별된다. 하나의 실외공간에서 다른 실외공간으로의 흐름이 (푸른 점선의 화살표) , 남서쪽의 공적인 실내 공간과 북동쪽의 사적인 실내공간을 구별함과 동시에 연결한다.
실외에서 실내로 진입하는 전이공간과 다용도 작업공간은 실외 데크에 위치한다.
a. 처마와 데크로 규정된 실외공간과 b. 열린 테라스로 이루어진 다양한 실외공간은 기능별 실내공간과의 적절한 연결관계를 이룸과 동시에 건물의 외관에 생기와 활기를 더하는 역할을 한다. 실내에서 창문을 통해 보이기만 하는 관상용 마당 혹은 날씨 좋은날만 나갈 수 있는 정원에서 벗어나, 필요에 따라 실내 공간의 확장된 형태로 쓰이거나 야외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플랫폼으로써의 테라스를 제공한다.
1층 평면
2층 평면
있을 곳이 많은 집
거실에서 주방을 바라봄
기능에 따라 규정된 각각의 공간은 일관적인 방법으로 단순배치 되지 않고 동서의 장방향을 따라 수시로 변하고 바뀐다. 각 공간의 층고, 1층 공간과 2층 공간간의, 공간간 시선의 차단 및 연결, 실내외 공간의 연결, 그리고 단일 공간의 형태와 공간감은 건물 외관의 단순함에서 예상되는 것 보다 넓은 폭의 범위에서 경험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