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 근린생활시설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
협업: INTUNE ARCHITECTS
서울시 옥수동
2017. 07 – 2020. 05
동네라는 그림
옥수동은 90년대 드라마 <서울의 달>의 공간적 배경이 되어 도시 서민들의 고단한 삶이 펼쳐지는 달동네로 그려졌다. 2000년대에 들어 옥수동 일대 낙후된 주거환경은 자본의 논리와 거대한 개발압력에 의해 해당 대지가 지닌 특성이나 주변 도시조직 등에 관한 적절한 고찰없이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무분별하게 교체 되어왔다. 그 결과 도시조직의 유기적 연속성을 대체로 잃고 개발 이후 새로운 정체성도 정립하지 못한 상황이다. 근래 다양한 도시재생 패러다임의 도입과 이에 관한 시민의 이해 및 직간접 경험은 구도심 개발방식의 변화와 방향 전환의 근거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기존 도시조직의 특성과 해당 장소가 거쳐온 오랜시간을 존중하는 노력이 보다 다양한 일상성을 가능하게 하며 더 나은 개발이익을 누리게 한다는 사실을 서서히 체득해가는 것이다.
대지와 주변은 다층적인 가능성을 보인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이 이미 진행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간 경계에는 기존의 소필지들과 경사지 골목길이 남아 켜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지역사회에 보다 다양한 도시공간을 제공하며 다채로운 풍경들을 담는 그릇으로 기능할 수 있다. 또한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어 상당한 수의 인구가 유입되었다. 대지의 교통 이점은 젊은 세대들의 정주를 유도 했고, 그 결과 지역주민들 중 다수는 상권의 흐름과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옥수역으로 부터 대지로 연결되는 이면도로에 들어선 각종 레스토랑과 베이커리, 카페, 팝업스토어 및 편집가게, 그리고 공방이 이를 반영한다. 옥수역에서 시작하는 보행 흐름이 경사면에 놓인 골목길을 지나 도달하는 가장 높은 지점에 대지가 있다. 경사진 골목길을 따라 자리 잡은 정다운 가게들 사이를 걷다보면 중규모 상가들이 모여 다른 리듬과 공기를 지닌 독서당로를 만나게 되고, 길의 폭과 길가 풍경의 리듬이 바뀌는 곳에 옥수동 근린생활시설이 놓인다.
중간의 장소
경사지의 놓인 불규칙한 작은 필지들과 그 사이 골목길이 이루는 기존 풍경, 그리고 새롭게 이식된 거대 규모의 아파트단지 사이의 불일치를 중재하는 “중간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 설계의 주요 목표이다.
규모_아파트단지와 소규모건축물 간의 스케일 차이
해당대지 남측에는 20층 높이의 아파트가 직접 면하고, 북측 역시 25m폭 생활가로 건너편 옹벽 위에 고층아파트가 위치한다. 독서당로를 지나는 보행자 및 차량들은 건물로 이루어진 거대한 골짜기를 통과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를 완화하기 위해 건물의 전체 형태를 대지에 적합한 세 개의 덩어리로 분절하고 고층아파트를 면하는 높이를 도로에 면하는 부분에 비해 높게 계획했다. 또한 주변 상가건물의 입면을 관찰한 내용에 근거하여 도로 쪽 건물 입면의 비례와 크기가 결정되었다.
연결 _옥수역에서 시작하는 보행 흐름의 확장
기존의 대지는 가로변에 4층 상가와 이면에 단독주택이 위치해 있고, 길에서 단독주택으로 가려면 대지경계를 따라 이어진 외부계단을 통해야 했다. 대지의 경사를 순전히 활용한 기존 계단은 옥수동 근린생활 시설의 각층으로 효율적인 접근로 확보에 유사하게 적용되었다. 인근 지역의 골목길과 비슷한 계단 및 작은 통로가 대지 곳곳에 위치하여, 지하 2층에서 지상 2층까지 다양한 동선을 통해 이동 할 수 있다. 옥수역에서 시작한 보행의 흐름은 골목길을 지나 대지에 도착 후에도 건물 내부로 연속되고 확장함에 따라 건물 외부와 내부의 경험이 유연하게 이어진다.
외부공간 (sunken floors & terraces) _입체적인 도시환경 제공하기
경사진 대지의 특징을 활용한 썬큰공간과 층별 테라스가 계단 및 내부통로와 연계한 실외공간으로 기능한다. 지하 1층과 지하 2층의 썬큰공간은 해당 층 실내공간의 자연채광 및 환기를 돕고, 방문자를 위한 이벤트 혹은 휴식 공간으로 쓰일 수 있다. 지상층의 층별 테라스는 공간 사용자들의 필요와 운영하는 사업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향으로 활용 가능한 외부공간이 된다.
건물의 다면성
근린생활시설이므로 건물은 중성적(NEUTRAL) 성격을 띈다. 어떤 프로그램이 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 그리고 앞으로 언제든 바뀔 수 있는 프로그램을 위한 건축은 어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옥수동 근린생활시설의 파사드는 내부 프로그램보다는 주변의 맥락과 향후 요구사항에 반응하기 위한 네 종류의 유형을 지닌다.
메인 파사드 _ 균질한 질서를 얻어지는 정면성
독서당로를 마주한 북측입면은 절대적인 크기는 작지만 성격상으로는 건물의 정면에 해당한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북측입면에는 그리드로 이루어진 1.2m의 깊이를 가진 균질한 입면을 구성함으로써 그 존재감을 갖도록 했다. 또한, 창을 프레임 중간에 위치시켜 주야간의 입체감에 변화를 꾀하는 동시에 내부의 장면이 거리로 드러나 풍경이 되도록 하기 위해 모든 창을 고정창으로 계획하여 개구부의 크기가 최대화되도록 했다.
남동측 파사드 _ 주거지를 대하는 대안적 입면
남쪽에 위치한 인접한 아파트와의 시각적 간섭을 피하기 위해 개구부의 방향을 틀어서 배치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그림자 효과가 발생하며 창 앞에 위치한 빗면에 반사된 빛이 시시각각 내부로 부드럽게 흘러 들어온다.
서비스 타워의 얼굴 _ 침묵하는 벽의 아름다움
건물의 남서쪽에 위치한 서비스타워는 남쪽에 위치한 주거지와 가장 인접해 있고 그 성격상 많은 창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런 조건을 반영해서 서비스 타워는 건물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추상적인 덩어리로 보이기를 바랬다. 이를 위해 묵직한 덩어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창호는 히든바(Hidden bar)를 이용한 플러싱 윈도우 방식(Flushing window)를 사용했으며, 마감으로 사용한 고흥석은 줄다듬방식을 적용해서 건물의 다른 부분과 대비되도록 했다.
내부를 향한 입면 _ 격식없는 잡담의 즐거움
세 개의 볼륨에 의해 둘러싸인 외부공간을 향하는 입면은 이제까지의 방식과는 다른, 좀 더 자유로운 방식의 개구부를 갖는다. 크고 작은 정사각형의 개구부들은 외부가 아닌 내부를 향하며 건물 이용자들이 서로서로 바라보고 영향을 주고 받도록 기능하는 한편, 건물의 중심공간인 선큰과 테라스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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